또 다른 탑

[신의 탑 - 자하드 X 쿤] 일몰

신의 탑/단편

 

 

 

 

 

 

 

 

 

“…….여긴..”

 

쿤은 이마를 짚어 약한 두통을 물리적으로 누그러뜨렸다. 실크 천정까지 딸린 침대는 넓고 포근해서 굳이 억지로 몸을 일으킬 필요까지는 느끼지 못했지만. 얇은 커튼 뒤로 비치는 실내는 온통 붉은 벽지에 기하학적인 금빛 문양이 천정과 바닥의 경계를 휘감고 있었다. 문양 자체는 그리 대단치 않지만 강렬한 색채대비 덕분에 화려한 분위기. 이런 공간을 보는 것은 분명 처음이지만 10가주 중에서도 위세가 대단한 가문의 부유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기품이라는 그는 눈에 알아봤다. 침대와 침구는 물론이고 흐릿하게 보이는 집기까지 단편만으로도 꽤나 나가는 물건이라는 고고히 뽐내고 있는 풍경을 모로 누워 바라보며 쿤은 자신이 곳에 도착한 경위에 대해서 따져보았다. 분명 시작은 있을 S 공방전에 대한 사전 조사일 터였다. 함정이라는 빤히 보이는 이벤트였지만 그만큼 방해세력을 확실하게 알아낼 있는 방법도 없었기에 쿤은 직접 미끼를 물어 보기로 결정했다. 결과가 이리 되었으니 돌아가면 동료들의 잔소리를 듣는 정해진 사실이나 다름 없어졌다만 정도의 재력과 잠깐이라도 쿤의 의식을 빼앗은무엇 함께 가진 자라면 역시 위험하다. 게다가 쿤을 죽이거나 상처 입히지 않고 가만히 보면 간단히 제압할 자신도 있다고 봐야 한다. 탑의 꼭대기가 가깝기는 해도 아직 랭커가 되지 못한 선별인원이니 얼마든지 얕보일 수야 있겠지만 쿤과 함께 탑을 오르고 있는 동료, 비선별인원 스물다섯번째 밤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을텐데

 

생각보다 담이 세군. 그게 아니면 에드안과의 결전 직후라 약해진 건가?”

 

“!!”

 

자하드 궁에 환영한다. 쿤의 새로운 가주, 아게로 아그니스.”

 

인기척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가 갑자기 떨어졌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지만 거기에서 묻어나는 여유가 중압감이 되어 쿤을 짓눌렀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다지만 지금 감지한 위험은 위험이라는 단어가 보잘 없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부피를 자랑하고 있었다. 공포심의 근원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만큼 분명했다. 자하드. 탑의 왕의 이름이 문제였다. 비선별인원이 탑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면 자하드가 그들을 탐탁치 않게 여길 이유는 많았지만 밤은 아직 탑의 정상에 적이 없는 애송이였다. 때문에 격이 맞지 않다고 여겼는지 자하드는 밤을 향한 살의를 감추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직접 나서지도 않았었다. 그랬는데 난데없이 이제와서 왕의 위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함정까지 가며 전면에 나타났다는 걸까? 고작 쿤을 붙잡기 위해? 차라리 곳이 자하드 궁이라는 말이 거짓이라는 쪽이 그럴싸한 상황이건만 예감은 비현실의 방향으로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당장 쿤이 에드안의 시험을 치뤘다는 알고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기이했다. 에드안의 시험을 치르고도 살아 남았으니 쿤이 에드안의 모든 것을 자신의 소유로 돌릴 있게 것은 사실이었으나 에드안이 당시의 쿤에게 일렀듯 또한 탑의 지배자로서 섬김을 받던 . 에드안의 명예회복을 위해 쿤을 해치려는 자들을 뚫고 랭커가 되는 또한 다른 하나의 과제였다. 그렇기에 쿤이 직접 사실을 떠벌리고 다닌 적은 번도 없건만.

 

탑의 왕은 아버지와 별로 친하지 않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그렇지. 하지만 인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손으로 친구의 아들을 죽이기는 껄끄러워서 말이야.”

 

당신이 자하드라고?”

 

광신도에 군대까지 거느린 탑의 왕이 선별인원의 싸움에 직접 끼어들었다는 황망하게까지 느껴져서 쿤은 전신을 짓누르던 위압감의 무게마저 잊고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며 몸을 일으켰다. 그와의 거리가 예상보다 너무 가까워서 놀라기는 했지만 그런 표정을 여과없이 드러낼 정도로 이제 쿤은 경솔하지 않았다. 침대의 한쪽 끝에 걸터앉은 사내는 분명 자하드의 상징, 적색삼안으로 눈을 비롯한 얼굴의 반을 가린 자였다. 아버지인 에드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다부지고 커다란 신체에 사람들이 자하드에 대해 묘사할 빼놓지 않던, 빛으로 만든 찬란한 금발. 보이지 않아도 적색삼안의 안대 밑에 같은 색의 눈동자가 있으리라는 쉽게 예상할 있을 정도로 그는 자하드의 외양 정보와 많은 것이 일치하는 남자였다.

 

그래. 탑의 왕이자 너희를 지배하는 신이지.”

 

신께서 같은 선별인원한테는 무슨 볼 일이실까? 가주가 되면 임명식 같은 거라도 하는 거였어?”

 

원한다면 예식을 열어주는 어렵지 않지만 네가 바라는 일이 아닐텐데.”

 

당신이 보디가드를 준다면 다시 생각해 볼만 하지.”

 

재미있군. 그건 친구를 배신하겠다는 말인가?”

 

경호원을 고용하는 거랑 배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신이라면서 말귀가 어둡네.”

 

인정하지. 말보다는 행동하는 좋아해.”

 

객관적으로 말해서 쿤이 아무리 쿤의 가주 자리를 차지했다한들 그는 아직 선별인원의 신분이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아버지의 아성을 뛰어넘을 있을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도 했다. 하물며 아버지도 아니고 탑의 왕인 자하드를 이긴다는 더더욱 가능성이 낮은 일이었다. 물리력으로 에드안을 이길 가능성이 1% 된다면 자하드를 이길 가능성은 0.00001%? 그건 그대로 기적의 확률과 같았다. 아마 그보다야 높겠지만 앞의 남자가 정말 자하드라면 쿤이 사내의 손에서 벗어나 동료들에게 돌아갈 있을 가능성도 없이 0 가까운 수라는 자명했다. 그런 자가 쿤의 농담을 받아주고 있다는 것부터가 이미 기적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왕이자 신인 나에게 경호를 맡길 생각을 하다니 과연 에드안의 아들답군. 하지만 고용하는 대가는 만만치 않을텐데.”

 

“......어차피 그럴 생각 없잖아 당신은. 하고 싶은 거야? 인연이 생각나서 아버지에게 가주 자리를 돌려주려고?”

 

쿤의 가주가 누구인지는 내게 중요치. 말했다시피 데려온 단지 손으로 죽이기는 곤란해서다.”

 

재미있는 소릴 하네. 아버지는 자기 자식이 죽는 거에 그렇게 연연하는 분이 아니야. 당신도 알고 있을텐데?”

 

물론 그는 핏줄에 연연하는 자는 아니지. 하지만 쿤의 가주라면 그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가질테니까.”

 

말을 받아주는 것만이 이니라 자하드는 쿤에 대한 태도도 단순히 포로 다루듯 하지는 않았다. 마치 입술의 아래가 것이 느껴질만큼 얇은 유리로 만들어진 와인잔을 다루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쿤의 뒤부터 뺨을 쓸어 내려온 손끝이 부드럽게 끝을 당겼다. 쿤의 시야에서는 안대에 가려진 자하드의 눈동자를 없었지만 자하드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새파란 시선을 눈에 담을 있었다.

 

공교롭게도 좋은 미끼이기도 하고.”

 

미끼라니. 누가 물어 준단 말이야? 아버지가? 밤이? 그건 당신 착각이지. 그렇게까지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내가 보기엔 너야말로 스스로에 대해 모르는 같은데.”

 

자하드의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입술이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그걸 인지한 순간 몸이 밑으로 기우는 느낌에 쿤은 자기도 모르게 억눌린 신음을 뱉었다. 침대 위니까 부딪힌 등이 아프진 않았지만 붙잡힌 손목을 조이는 힘이 너무 강했다. 남자의 그림자가 덮혀 오는 유예됐던 끝이 다가오는 것인양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자하드! 쿤한테는 대지 않겠다고 했잖아!”

 

자왕난?!”

 

그건 네가 냈을 때의 약속이지.”

 

, ... ..!”

 

!!”

 

방해하지 마라. 네가 아끼는 친구가 고통스러워하는 원하지 않는다면.”

 

전에 헤어진 왕난이 자하드와 행동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숨통을 죄는 자하드의 때문에 어떤 말도 수가 없는 처지의 쿤은 숨이 부족한 이유로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걸음 물러나는 소리를 들었다. 이어 자하드도 목을 조르던 손울 풀어주어 기침과 함께 숨이 트였지만 왕난의 모습을 눈에 담기에는 일렀다.

 

잠깐의 동료였던 녀석마저도 끔찍히 아끼는데 시험의 층에서부터 수십년을 함께한 동료라면 각별하겠지.”

 

무슨 짓을 꾸미는 거야? 자왕난!! 녀석이 너한테 시켰어? ?”

 

..”

 

설마 이수한테광고를 보낸 너야?”

 

, 그건….”

 

신기한 일이군. 에드안은 항상 핵심에 닿는 느렸는데.”

 

?!”

 

너는 어서 일을 하러 가거라.”

 

다시 멀어지는 소리가 들려올 왕난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쿤은 그제서야 왕난이 앞의 사내와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미쳤다. 뒤는 추측하고 싶지 않지만 새로운 단서가 주어지자 쿤의 뇌는 자동적으로 그가 알고 있는 퍼즐 조각들을 끼워맞추기 시작했다. 조잡하고 어리숙해 보였던 함정이 왕난과 그의 동료들이 벌인 짓이라면, 밤은 분명 공방전을 진행하는 중에 얘기치 못하게 동료를 적으로 마주하게 것이었다. 인정에 무른 성격을 생각해 봤을 밤이 왕난을 무력으로 꺾고 지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아마도 사람은 아무리 자하드의 농간이 있다고 해도 끝의 끝까지 승부를 미룰 테니까 당장 누군가의 목숨이 위험해 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이번 공방전에 걸린 아이템을 왕난 쪽에서 쓸어가거나 버리면 이어서 닥칠 자하드와의 대결에서 밤이 불리해질 공산이 컸다. 이런 위기 상황에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하지만 닮은 구석도 없진 않군. 말해봐라. 너는 괴물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거냐. 너희 부자는 한결같이 나보다는 그쪽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지?”

 

재수없는 소리 하고 있네. 누가 누굴 닮았다는 거야? 기대하고 있냐고? 기대 같은 . 밤은 그냥 친구야. 소원을 들어주는 같은 아니라.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

 

“…….그랬던 건가…”

 

아까부터 대체 뭐가…”

 

역시 돌려보내 주면 내가 곤란하겠어.”

 

다른 대답을 들었더라도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는 일이었지만 쿤이 아무리 억울해 한다고 해도 곳은 힘의 원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 아직까지는 절대자인 자하드를 막아설 있는 자가 있을 없었다. 지금의 쿤이 아버지인 에드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그의 편린일 테니 둘이 닮았다는 자하드의 표현에 학을 떼는 것이겠지만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둘은 닮았다. 부자지간을 잇는 유전자 같은 것을 이야기 하는 아니다. 자하드와 함께 탑을 오르던 시절의 에드안은 잘난 척이 심하고 제멋대로인 구석이 특히 눈에 띄었지만 의외로 세심한 데다가 가끔씩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맹점을 후벼파는 통찰력이 있었다. 자하드의 무리에 사실 명의 리더가 있었다는 눈치챈 것도 에드안밖에 없었고 데이터 세계의 자하드에게 너는 왕이 아닌 모험가라고 본질을 일깨워 것도 에드안뿐이었다. 어쩌면 그가 모험가가 아닌 왕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동조해 것이 아닐까 싶다. 가주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것도 이제 그와 동료들이 탑의 꼭대기에서 내려올 때가 되었다는 직감한 것이 아닐까? 방탕한 삶을 살며 많은 것을 누려 왔지만 에드안은 처음부터 삶에 무게를 두는 성격이 아니었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자유롭게 바람처럼 사는 이라 항상 현실에서는 유리되어 있는 존재. 소싯적의 그와 아들을 보니 자하드의 심중에서도 많은 감정이 휘몰아쳤다. 지금 느낌은 그가 신이 아니라는 증거 같은 것이었다. 알고 있지만 차마 말할 수는 없었던,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알아주길 바랬던, 치부이자 약점이고 동시에 그를 완성시켜 주는 무엇.

 

지금부터 것이다.”

 

뭐라고..?”

 

녀석의 아들에게는 절대로 넘겨줄 없지.”

 

쿤이라는 이름은 자신의 전부였던 사랑을 앗아 V, 이어 남은 찌꺼기마저 삼키러 작은 괴물에게 넘겨주기 싫은 찬란함이다. V 각별했던 에드안이 결국은 자신을 선택하게 만들었듯이 지금 손에 들어온 보석도 자하드는 작은 괴물에게 넘겨줄 마음이 없었다. 푸른 눈동자의 앞이니 솔직해질 있다. 신이 아니기에 아무리 운명을 뒤틀어도 마지막이 오고야 것이라면 자신은 인간 답게 지배자로 군림하는 동안이라도 원하는 모든 것을 쟁취할 것이다. 그것이 최후의 순간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지라도.

 

 

 

 

 

 

 

 

 

 

 

 이 글을 익명님께 바칩니다!

....라고해봤자 미완성같고 그렇죠... 네....

죄송합니다, 익명님 ㅠㅠ

하지만 너무 늦으면 기다리다가 지치실 것 같아서 얼른 들고 와 봤습니다.

자하아게 저도 쓸 수 있습니다! 하고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자하드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서 정말 어렵네요.

패기로웠던 과거의 저를 매우 혼내주시기 바랍니다.

대신 언젠가 다시 한번 시도해 보는 걸로 어떻게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