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탑 - 밤 X 쿤] Correction 下
신의 탑/단편
“별 일이군. 네가 감상적이 될 때도 있고 말이야.”
“감상 같은 게 아니다, 빨간 거북이.”
거대한 파충류는 앉아있는 뒷모습만 해도 족히 인간의 수 배는 되어 보이는 그 키만큼이나 한참 아래의 무엇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굳이 고개를 숙이진 않았지만 붉은 눈이 발 밑을 향하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그의 바로 앞으로 펼쳐진 거대한 수조, 그 한 가운데에는 청아한 물빛과 일체가 되어 흐릿하게 보일 정도의 누군가가 잠들어 있었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눈 주변을 둘러 감은, 알 수 없는 문자가 빛나는 띠 때문에 그가 잠든 건지 아닌지는 명료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가만히 머물러 있었으니까.
“거의 다 ‘완성’된 것 같네?”
“흥.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 하는군. 대체 검은 거북이에게 무슨 말을 한 거냐.”
“아무 말도. 그래서 화가 난 거겠지. 예상하고 있겠지만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야. 최악의 경우, 너희가 그렇게 되찾고 싶어하는 쿤은 모든 차원에서 사라질 걸?”
“.......”
“도움이 필요해. ‘지금의’ 밤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어.”
라크는 긴 시간동안 침묵을 지켰다. 아래를 향한 눈이 가늘어졌다. 탑에서 자하드의 존재를 지우고 새로운 질서이자 왕으로 군림한 비선별인원, 스물다섯번째 밤은 탑의 새로운 지배자에게 주어진 권능으로 그가 잃은 것들을 다시 채워 나갔다. 탑의 신수가 품고 있는 모든 것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그에게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은 없었다. 탑을 오르며 잃었던 동료들, 혹은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 심지어는 지워져버린, 숨겨진 층의 데이터 세계와 시험의 층에서 밤에 대한 질투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호마저도 그는 원래로 되돌릴 수 있었다. 문제는 정작 가장 되찾고 싶었던 것을 손에 넣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가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자하드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그는 결국 아를렌의 예언대로 그녀의 아들에게 목숨을 내 주었다. 자하드의 주술로 묶여버린 왕난을 구하기 위해 밤은 자하드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길을 택했다. 헌데 그게 쿤을 되살릴 길을 함께 지워버렸다. 라크와 함께 밤의 가장 소중한 동료였던 쿤을 영영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그가 쿤을 되살리기 위해 자하드가 반쯤 찢어발긴 쿤의 사체를 거의 다 복원했을 무렵이었다.
“말릴 방법은 있는 거냐?”
“있어. 기회는 단 한번이지만.”
“....어쩔 수 없군.”
밤과 라크는 자하드가 뽑아버린 쿤의 눈을 끝끝내 찾지 못했다. 쿤 가문의 신수가 응축되어 있는, 그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를 말이다. 하필 그게 쿤을 되살리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지라 두 사람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자하드가 이런 일이 있을 줄을 예상하고 밤을 골탕먹이기 위해 그걸 삼켰다는 걸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밤이 그를 지워버리는 바람에 자하드와 하나가 되었던 쿤의 눈도 함께 이 세계에서 지워져 버린 것이다. 그 것이 밤의 힘이기 때문에 밤이 그 것을 되찾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밤이 그랬듯이 그를 꺾고 새로운 질서가 될 인물이라면 모를까. 밤과 같은 마음이었기에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라크도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절망을 맛보았다. 다만 라크와 밤의 행보에 차이가 있다면 절망으로 인해 사리분별이 되지 않을 정도까지 이성이 마비되지는 않았다는 것 하나로부터 비롯된 것일 터다.
“안내해라. 빨간 거북이.”
거대한 몸을 일으켜 더 거대해진 라크는 쿤이 남긴 푸른 창을 들었다. 밤이 포기하지 않았듯이 그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지만 일단은 밤에게 제정신을 찾아 주는 게 우선이다. 이후에 다시, 그 언젠가, 저 수면 밑바닥에 잠든 마지막 소망을 건져 올리리라. 말 없이 눈으로만 인사를 건네고 라크는 붉은 머리의 마녀를 향해 뒤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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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
역흐름제어란 일단 신수의 흐름을 통제하는 기술이니 ‘흐름’자체를 방해한다면 어떨까? 주변의 신수를 얼려 흐를 수 있는 신수의 양의 절대치를 순간적으로 줄인다는 쿤의 생각은 예상대로 작동했지만 아뜩한 역량의 차이는 순간의 기지만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조금 틈을 벌리나 싶더니만 아예 밤의 품으로 끌려 들어간 쿤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바닥에 내리꽂혔다. 10가문의 육체로도 한순간 눈 앞이 아뜩해질 정도의 충격에 절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쿤의 손목을 움켜쥔 밤의 악력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마치 조금의 방심도 없다고 경고하는 듯한...
“미래에서 왔다고 알려 드리지 않았던가요?”
“그래서? 어차피 못 이기니까 얌전히 있으라고?”
“당연히 그게 덜 괴롭지 않겠어요?”
“내가 왜? 아무튼 넌 밤이잖아.”
“.......”
자신만만한 쿤의 미소에 밤은 할 말을 잃은 듯 시선만을 내려보냈다. 지금 이 상황이 어이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기억 속의 쿤이 밤이 제 품에 가둔 소년과 똑같이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수라장 같은 집안에서 자란 쿤은 솔직한 성격의 밤이나 라크와는 달라서, 저 웃음이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라 나름의 무장이라는 걸 밤은 그를 잃은 다음에야 알아차렸다. 왕난과 탕수육 팀의 위기라는 말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동요하던 밤을 쿤은 똑같이 웃는 얼굴로 배웅했었다. 이 쪽의 동료들은 그와 엔도르시가 어떻게든 해 볼테니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고 다녀 오라고 했다. 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려고 했던 엔도르시가 부상을 입은 동료들과 함께 남겠다고 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던 건데, 순진했던 과거의 자신은 동료를 구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밤이 자하드의 군단과 다시 맞딱뜨린다는 소식에 라크마저 밤을 지원하러 목적지를 바꿨고, 이후 밤과 라크는 그 날의 결정을 후회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자하드’의 공주라는 건 결국 자하드의 장기말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왜 그 때는 깨닫지 못했던 걸까? 자하드를 없앨 때까지 그녀들은 완벽하게 해방 될 수 없는 게 당연했는데, 자하드의 수하들과의 전투에서 부상당한 동료를 그녀들과 함께 두다니. 엔도르시의 자책이 아니더라도 혼자 남은 쿤이 얼마나 불리한 상황에 빠졌을지는 충분히 그려볼 수 있었다. 결국 자하드의 손에 떨어진 그가 얼마나 끔찍한 죽음을 맞았을지도.
“맞아요. 제가 쿤씨를 괴롭힐 수는 없겠네요. 하지만 이대로 보낼 수도 없는걸요.”
말 그대로였다. 시간을 넘기에 앞서 밤은 분명 무수한 경고를 들었다. 최악의 경우 과거의 밤이 자신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고, 이어 바뀐 흐름에 의해 밤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다 알면서도 감행한 거다. 모두를 지키겠다는 자신의 아집이 가장 소중한 사람을 영영 잃게 했다는 걸 인정해야했다. 원하던 대로 신이 되었음에도 되돌릴 수 없는 게 쿤이라면 자신은 잘못된 길을 걸었음에 틀림 없었다. 그러니 되돌려야했다. 대신 자신이 지워진다 하더라도. 굳이 손대지 않아도 이 탑에서 밤이 다루지 못할 신수는 없다지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을 담아서 밤은 쿤에게 입을 맞췄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일에 당황했을 그의 입술을 열고 들어가 최대한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안에서부터 신수를 휘저어두는 것이다. 이 짧은 만남이 아쉽지만 쿤이 곁에 있으면 밤은 흔들리고 말테니 어쩔 수 없었다. 내부에서부터 엉킨 신수의 흐름은 쿤의 의식을 잠시 빼앗을 터다. 그 동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한다. ‘문’을 여는 열쇠를 찾아서 미래로 그를 온전히 데려갈 것이다. 한 층 단단해진 팔로 밤은 쿤을 안아 올렸다. 새하얀 머리카락을 지나 그보다 더 하얀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잘 자요, 쿤씨.”
물론 밤이 원하는 건 최대한의 최선이니 가급적이면 그 자신의 죽음도 피해갈 생각이긴 했다. 자신이 사라지고 자하드가 계속 탑을 지배하는 미래도 밤이 바라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자신이 사라진다고 해서 그가 밤의 친구들을 모두 살려둘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숨겨진 층의 데이터 세계에서 마주쳤을 때도 그는 밤의 친구들까지 모조리 죽여주겠다고 장담했었고, 당장 밤의 본래 시간축에서 쿤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만 봐도 결과는 자명했다. 자하드에게 끌려가면서 까지도 부상당한 동료들과 자하드의 공주들을 얼려 가사상태로 만든 쿤의 기지 덕분에 다른 이들은 무사했지만 유일한 화풀이 대상이 된 탓에 라크와 밤은 여즉 그를 되살리지 못하고 있었으니. 처음 벙커로 쿤을 데려왔을 때처럼 잘 깨지는 것을 포장하듯 쿤을 이불로 감싸둔 밤은 아직 혼자였다.
“이제 열쇠만 찾으면... 다시 셋이서 모험을 떠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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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빤히 바라보지만 말고 할 말 있으면 바로 해 줄래. 우린 지금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
“아니... 화련씨가 순순히 도와주신다니까 좀 신기하달까 그래서요.”
“이건 도와주는 게 아니야.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는 거지.”
“또 다른 제가 그렇게 위험한 존재인건가요?”
“너라서가 아니라 ‘그런’ 존재는 누가 되든 위험해. 되돌릴 기회가 있을 때 움직여야하니까 서둘러.”
비록 선별인원의 신분이지만 관리자의 보호가 함께하고 있으니 당장은 자하드군에게 따라잡힌다고 해도 걱정은 없다. 그렇다고 화련이 전에 없이 순순히 나서 주는 일에 긴장감이 없진 않아서 모두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그녀를 따르고 있었다. 밤의 이야기를 들은 화련은 그 길로 자신의 무기를 챙겨들고 앞장섰다. 엔도르시마저도 당황할만한 반응이었으나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시간도 없거니와 자세히 알면 일이 더 복잡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 파란 거북이는!”
“제일 위험한 상태지. 그래서 말했잖아. 서두르라고.”
“밤이 쿤을 죽인다는 거야?”
“목숨의 위협이 위험의 전부가 아니야, 공주.”
“말고 뭐가 있단 말이야? 시간 없다면서 돌려 말하기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에 대해서 내가 뭔가 이야기 하는 것도 우리에게 위험이 될 수 있어. ‘그’는 그런 존재야.”
동일한 존재가 둘이라는 것도 골치아픈데 하물며 탑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는 비선별인원이 갑자기 하나 더 늘어났다. 탑의 온 신수가 진동하는 게 길잡이인 화련에게는 똑똑히 느껴졌다. 과거의 밤은 지금의 밤보다 나을 리가 없으니 ‘그’는 필시 미래의 존재. 굳이 모두를 피해 시험장을 돌파하고 쿤만 데려간 것을 보면 자신이 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다 알면서도 굳이 쿤을 데려가려 한다는 건 보통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관리자가 섣불리 개입하지 못하는 걸 보니 미래의 밤은 그녀가 원했던 대로 신이 되는데 성공한 모양이지만 완벽한 신이 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문제의 핵심에 쿤이 있을 터다. 누군가 운명에 장난을 쳐 밤이 직접 그를 해하게 만들었던 모양인데 밤의 성격에 그에게 있어 소중한 인연의 대명사급이었던 쿤을 버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직은 결코 예상할 수 없는 미래의 어떤 사건이 지금의 사고로까지 이어졌다고 봐야겠지.
‘이미 잃어버린 걸 세공해서 다시 만들겠다는 건가...’
미래의 쿤이 자신으로 인해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 여기있는 밤도 가만히 있을 성격이 아닌지라 예상되는 미래, 아니 또 다른 밤이 무엇인지 자체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는 화련이었지만 그녀를 쫓는, 열의에 찬 밤의 얼굴을 곁눈질한 화련은 날이 선 금빛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기 전에 다시 앞을 향했다.
‘집착이 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곤란하군. 하필 그 상대가 쿤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럼 그렇게 대단한 존재를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있긴 하다는 거야?”
“엄밀히 말하면 그건 ‘지금의’ 우리에게 주어진 가능성은 아니야.”
길잡이는 그들이 본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알려준다. 엔도르시의 말대로 미래에서 온 스물다섯번째 밤은 이미 이 탑의 신이기에 상대할 방법 같은 건 길잡이인 그녀라해도 볼 수 없었다. 비선별인원이라는 밤의 메리트도 상대가 미래의 그 자신이기에 사라진 시점임에도 그녀가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 그녀의 숙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사실 만큼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그녀는 믿을 수 있었다. 미래의 자신이 이 뒤틀림을 교정하려 할 것임을. 사실 길잡이조차 시간이 교차할 때의 혼돈을 읽을 수 없기에 시도하지 않을 뿐 탑의 정점에 달한 존재들이라면 시간을 뛰어넘는 일에 대해서도 일반론은 알고 있을 터다. 목적이 교정인 만큼 필요한 시점과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어려울 뿐이지. 따라서 그녀는 미래의 자신에게 탑 최대의 이레귤러의 위치를 알려주고자 했다. 개입을 위한 틈은 필시 충돌, 그러니까 동일한 존재들이 마주하는 순간이 만들어 줄 테니까.
“역시 나라니까.”
화련의 예상대로 미래의 그녀도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번개가 치듯 갈린 공간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일행을 덮어왔다. 그들이 나타난 것이 눈 앞이 아니더라도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위압감은 그들의 둘러싼 신수의 진동으로도 알 수 있었다. 층이 바뀐 것처럼 탑의 신수가 휘감기며 모여드는 게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들이 들은 목소리는 분명 화련의 것이었지만 여기 있는 모두를 전부 합한 것보다 더 거대해 보이는 그림자는 밀도 높은 신수로 공간을 옭아맸다.
‘저건...’
그 실루엣이 자신을 닮았다는 걸 가장 먼저 눈치챈 건 라크 본인이었다. 본래부터 감이 좋았었으니까 당연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미래와 현재의 자신이 맞딱뜨릴 때의 이지러짐을 그만큼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자가 또 어디 있을까?
“어디로 가면 되는 거냐, 빨간 거북이.”
“.....라크씨?!”
“.......”
화련에게서 과거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었지만 막상 그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과거의 동료들을 마주하고 보니 자신은 감상적이지 않다고 자부하던 라크마저도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내심 쿤도 만나기를 기대했었으나 이 자리에는 보이지 않는다. 밤의 목적이 그였으니 곧 만나게 되겠지만.
“와, 정말 악어란 말이야? 지금보다 더 크잖아?”
“화련 누님! 나는 화련 누님을 보고 싶어!”
“봐서 좋을 게 없을 텐데. 이봐, 또 다른 나. 거기 조그만 악어는 우리가 잠시 맡아줄 테니 너는 어서 나머지를 데리고 이 다음을 향하도록 해.”
“라크씨를 넘기라니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럴 수는 없어요.”
“그게 모두가 계속 탑을 오를 수 있는 길이야, 밤. 서두르지 않으면 쿤을 구할 수 없을텐데.”
“내 걱정은 하지 마라, 거북이들. 나는 아무래도 저 돌기둥 같은 녀석에게 볼 일이 있었다.”
미래의 자신임이 분명한 거대 파충류를 매드 쇼커로 가리키며 라크는 말했다. 물론 지금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건지 판단할만한 이성은 라크에게 주어지지 않았지만 자신이 마주있는 저 생물이 미래의 자신이고 밤이 만났다는 그가 미래의 밤이라면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건 눈치채고도 남았다. 미래의 밤과 자신이 여기에 있는데 미래의 쿤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
“말했다시피 지금 네가 걱정해야 하는 건 악어가 아니라 쿤이야. 그를 되찾으려면 사람이 좀 많이 필요하거든? 게다가 시간도 부족하지.”
“파란 거북이한테 가라. 날 그 약골 거북이와 비교하지 말고.”
“…..조심하세요, 라크씨. 쿤씨를 찾으면 다시 여기로 올게요.”
쉽게 떨어지지 않는 걸음이었지만 밤이 미래의 자신을 보았듯 저 모습이 미래의 라크라면 라크는 저렇게 성장할 때까진 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 믿음이 동료들의 발을 움직였다. 화련을 따라 멀어지는 동료들의 뒷 모습에 잠시 눈길을 주던 라크는 곧 고개를 들어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기만 할 뿐 입을 열지 않는 미래의 자신과 시선을 마주했다.
“대답해라, 멍청한 돌기둥. 파란 거북이는 어떻게 된 거냐.”
“…….”
“넌 뭘 하고 있었던 거냐.”
“……”
“한심한 놈이군.”
따지고 보면 같은 사람이건만 라크는 과거, 조그만 자신의 일갈에 따로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때의 자신은 분명 한심했다. 인정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니까 자신은 이 자리에 서 있다. 그리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성격상 변명은 용납되지 않았다. 대신 먼저 눈을 피한 그는 여전히 과거의 화련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던 화련을 불렀다.
“검은 거북이는 어디 있는 거냐?”
“기다리면 올 거야.”
앉을 자리를 물색하던 화련은 오래지않아 고목의 나무둥치를 정리해 의자로 삼았다. 두 라크의 붉은 눈이 가늘어 졌지만 그런 것에 마음쓸 그녀가 아니었다. 발목까지 길게자란 불꽃같은 머리카락을 높게 올려 묶으며 하나뿐인 마녀의 붉은 눈동자는 기류가 바뀌고 있는 천정의 저 편을 향했다. 밤은 자신과 같은 시간 축에서 온 손님이 있다는 걸 눈치챘을 터다. 그를 돕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따라온 화련에게 당장 무시무시한 경고를 날려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건 쿤 때문이다. 어찌해야 쿤이 안전할 수 있는 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거다. 수중에 두고자 납치를 강행했으니 당연하다. 아직 그는 자하드와 같은 폭군이 되진 못해서 강요에 익숙치 않은 게 화련에게는 다행스럽다가도 점점 그리 변할 것 같은 낌새에 씁쓸함을 느껴지기도 했다.
상관 없어.
쿤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가 동료들의 힘을 자신의 힘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시비조로 한 경고였다. 비선별인원이나 네이티브원 같은 특별한 존재도 아닌 너는 자하드를 넘을 수 없다고. 딱하게도 네게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화련의 경고에 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내가 해야할 일은 이미 끝냈는걸.
쿤 아게로 아그니스가 쿤의 가주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쿤 에드안이 더 이상 쿤의 가주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에드안이 무너지면 쿤의 질서는 다시 쌓아올려질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닐테니 그걸로 됐다. 에드안이나 다른 10가주의 뜻이 어떠하든 그들은 자하드와 함께 탑의 적폐로 낙인찍혔고 이제는 사라져야 할 존재다. 탑의 새로운 질서가 될 밤이 자신과 같은 과거의 유산을 안고 간다는 것도 어찌 보일지 모르는 상황이건만 마음씨 고운 밤이나 라크는 여태 함께한 동료를 그런 이유로 잘라낼만큼 모질지 못하니까 이번에도 쿤이 직접 나서주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난 네가 좀 더 야심가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그랬듯 나도 그 자리에 머무르면 썩어버리겠지. 난 그걸 용납하지 않겠다는 거야. 내가 원하는 건 완벽한 변화니까.
........
이만하면 충분히 야심가 아닌가?
‘난 널 과소평가 했던 걸까, 아니면 저 바보를 과대평가 했던 걸까.’
자하드가 지배하는 탑을 바꾸고자 했던 밤이나 자신의 긍지를 되찾고자 했던 라크에 비해서 고작 자신의 가문을 바꾸는 게 목적이었던 쿤은 소망은 보잘것 없다고 여겨졌을지도 모르지만 소망을 이루는 일에 있어 완벽을 기하는 정도에 밤과 라크는 쿤과 같은 고민을 했을 리는 없다. 그들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했을지언정 자신이 악역이 되어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할 수준이 되지 않았다. 어찌보면 그건 종류가 다른 올곧음이다. 생각할 수는 없어도 본능으로 그걸 알아차렸기에 밤과 라크는 그를 동료로 받아들였고 또 이렇게나 찾아헤맬 정도로 의지했던 거겠지.
“비올레가 온다, 악어들.”
“넌 누군데 아까부터 날 악어라고 부르는 거냐, 시뻘건 거북이!!”
“네가 좋아하는 사냥 준비부터 하지 그래? 저건 탑에서 제일 강하고 귀한 사냥감이거든.”
반면 아무리 좋은 꿈이라도 그걸 이루기 위해서 변해 버린다면 다 무슨 소용일까? 가까워오는 암운이 화련의 입술에서 긴 한숨을 끄집어냈다.
“아무래도 나까지도 네가 필요해 질 모양이야, 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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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화련씨.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번에도 절 속이신 거라면 정말로 화 낼 거에요.”
“참 빨리도 말하네.”
“설마!”
“이번엔 아니니까 안심해.”
화련이 밤 일행을 이끌고 온 곳은 무법지대의 공터였다. 지배자의 손길은 닿지 않는다 하더라도 관리자의 권능은 여전할 테니 당장은 자하드의 습격에서도 중간구역보다 안전할지도 모른다. 미래에서 온 인물들이 움질일 때마다 신수가 일렁여 황야에는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런 곳에 멈춰선 화련이 드디어 뒤를 돌았다.
“여하튼 너희가 지금부터 할 일은 쿤을 찾는 거다. 정확히는 ‘받아내는’ 것에 가까우려나?”
“뭐라는 거야 쟨 또…”
“길잡이는 원래 다 저렇잖아.”
“듣는 사람이 어렵게 듣는게 문제 아닐까. 난 있는 그대로 말했어. 쿤은 텔레포트 사용에도 익숙한 등대지기니까 ‘그’가 틈만 보인다면 시도하겠지.”
“그럼 포켓으로 연락을 하는 게 먼저 아냐?”
“못 볼걸? 순순히 보내 줄 사람이었으면 데려가지도 않았을테니.”
“네 말이 사실이면 텔레포트도 하면 안 되는 거잖아!”
방금 전까지만해도 미래의 화련은 몸매 착한 누님이 됬을 거라며 자세히 보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하던 이수였지만 친구의 일을 아주 잊고 있진 않았나보다. 무슨 이야기인지도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바보들 보다는 그래도 이 편이 낫다고 칭찬을 해 줘야 하는 걸까?
“위험하지. 좌표를 제대로 지정하지 못한 텔레포트는 안 하는 게 상책이긴 해.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쿤이라면 시도할거야.”
말했듯이 좌표를 제대로 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위로 시도하는 텔레포트는 위험부담이 상당하다. 존재가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위치를 좌표로 지정하면 낭패일 테니 보통은 자신의 등대 중 하나를 기준 삼는 것이 일반론이지만 동료들에게 맡겨둔 등대가 없는 상황에서는 도박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일단은 간섭이 없는 공중을 좌표로 잡는 게 그나마 차선으로 시도해봄직 하다. 높이를 너무 높게 잡을 필요가 없는 곳을 알고 있다면 그 곳의 어디쯤을 지정하는 게 시도할 수 있는 최선이 되겠다.
“이런 공터가 주변에 있고 10가문의 육체는 튼튼하니까. 다만 이런 신수 흐름 속에서는 나도 위치를 정확히 볼 수 없어.”
“그래서 ‘받아야’ 한다는 거였냐…. 뭐 좋아. 장소가 넓으니까 구역을 좀 나눌까? 봉봉이 있는 엔도르시나 청노를 쓸 수 있는 밤이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넓은 면적을 커버할 수 있겠지?”
“난 밤이랑 같이 갈 건데?”
“이 와중에도 넌 진짜…”
“따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 편이 좀 더 안전하다면… 엔도르시씨도 쿤씨가 다치는 건 원하지 않을 거 아니에요.”
솔직히 엔도르시야 쿤이 죽지만 않는다면 다치는 것 정도는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그런 시커먼 속내를 들켜도 괜찮지는 않은 고로 어쩔 수 없이 이수의 제안을 수락했다. 엔도르시의 속내를 알기 때문인지 화련은 선별인원들이 각자 맡은 구역으로 흩어지고 난 다음에서야 밤에게 동행을 제안했다.
“이쪽이야, 밤.”
“이쪽이란요?”
“쿤이 떨어질 장소.”
“알고 계셨던 거에요? 아까는 분명 길이 안 보이신다고…”
“원칙적으로 신수의 흐름과 ‘길’은 아무 상관 없어. 네가 찾아야 의미가 있는 거니까 그렇게 말한 것뿐이지.”
“화련씨는 정말….”
엄밀히 말하면 밤이 걱정하는 방향이 아니었다해도 밤은 그녀에게 또 속은 꼴이 되어버렸다. 당장은 밤의 목적과 그녀의 목적이 일치하니 다행이지만 이래서는 그녀의 말을 곧이 들을 수 없어질 것 같다.
“왜 제가 찾아야만 한다는 거죠?”
“신수제어를왠만큼 할 수 있는 게 너밖에 없으니까. 관리자는 쿤이 가지고 있는 ‘바늘새우’만 넘겨 받으면 너희를 다음 층으로 보내 줄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쿤이 제대로 등대를 제어해야하지.”
“등대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텔레포트를 시도한다는 건가요? 위험한 거 아니에요?”
“말했다시피 본래는 미친 짓이야.”
“그런….. 쿤씨!!!”
과연 화련의 말 대로였다. 예측이 어려우면 공중으로 좌표를 잡는게 낫다고 해도 쿤이 지정한 좌표는 완전히 허공이었다. 연산이든 입력이든 뭔가 근본적인 오류가 있었겠지만 지금 그 원인을 따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밤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그를 따라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어젯밤의 꿈 속에서의 일이 겹쳐 보였다. 간신히 쿤이라는 것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던 꿈 속에서의 그보다는 훨씬 멀쩡한 모습이었지만 기시감은 밤의 마음 속에 불안을 퍼뜨렸다. 빨리, 더 빨리를 외치는 자신의 목소리가 머리 속을 맴돌았다. 다행히 그 꿈의 마지막처럼 밤은 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몸이었다. 디폴트 설정이 그렇게 되어 있었던 건지 곧 쿤의 등대도 두 사람의 곁으로 내려왔다.
“쿤씨, 괜찮아요?”
“흔들지..”
“네?”
“체내의 신수를 안정시켜, 밤.”
신체적인 구속 없이 저항할 능력을 뺏는 데 있어서는 내부의 신수흐름을 교란시키는 건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장기가 뒤섞이는 기분일 거다. 생각대로 제대로 움직이는지 판단도 어려울 텐데 텔레포트까지 시도한 의지가 놀랍다고 해야할까? 주어가 없는 명령이었지만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한 밤은 화련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쿤의 입술을 빼앗았다. 물론 모양새가 그랬다는 것이지 밤은 진지했다. 아무래도 그 편이 흐름을 읽기도 쉽고 조율하기도 쉬웠으니까. 현기증이 심해서 눈을 뜨는 것조차도 버거웠던 쿤이지만 시간이 흐르자 시야도 다른 감각도 차츰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도 분명히 인지할 수 있었고.
“정신이 드세요?”
딱하게도 밤보다도 먼저 화련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걸 기억해낸 쿤이었지만 좋은일 하고도 거칠게 밀려난 밤은 해맑은 눈으로 쿤의 안부를 물어왔다. 그런 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당황스러움, 약간의 부끄러움까지로 혼란 일색이라 아직까지도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쿤에게 화련이 소리쳤다.
“쿤! 바늘새우를 관리자에게 넘겨! 어서!”
-
라크가 이 자리에 있으니 미래에서 온 두 강자가 마음껏 겨루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가벼운 육탄전만으로도 그 둘이 얼마나 강한지는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런 위압감이 느껴졌다. 직접적인 위협이 없지만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는 공기에 답지 않게 라크는 완전히 압도되어 있었다.
“왜 절 막는 겁니까! 라크씨도 분명 쿤씨를 되찾고 싶잖아요!”
“잘은 모르지만 이 방법은 틀렸다.”
“틀리지.. 않았어요!!”
따라붙는 라크를 피하기 위해서 휘두른 밤의 손은 멀리까지 흙먼지를 읽으키며 대지를 할퀴고 있었다. 그 거센 풍압을 몸을로 받아내고도 흔들림 없이 라크는 밤의 진로를 막아섰고 말이다.
“틀렸다. 우리의 파란 거북이는 아직 그 곳에 잠들어 있으니까.”
“그래서 쿤씨를…”
“그 녀석은 저들의 파란 거북이인 거지.”
“……”
“난 녀석을 깨울 거다. 다른 파란 거북이는 필요 없어.”
라크의 말이 맞다는 것처럼 그의 손에 들린 푸른 창이 냉기를 뿜어냈다. 날랜 밤을 전부 얼리 수는 없어 옷깃에만 서리가 묻은 정도였지만 라크와 좀 더 거리를 두었을 뿐 밤은 결국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어떻게요. 제가 이 손으로…”
“네 손으로 할 수 없다면 내가 하면 되지.”
“…..”
“그들을 보내 줘라, 검은 거북이.”
“….끝났군.”
땅이 울리는 소리가 모든 공간을 메워왔다. 관리자다. 이 층의 관리자가 시험을 통과한 선별인원들을 위로 올려보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드물게도 이렇게 넓은 공간에 선별인원들이 흩어져 있으니 전 층의 기류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터. 오늘 하루에만 대체 몇 번의 풍파를 겪는 것인지 모를 이 층의 신수들이 무색하게도 이쪽 불청객들의 일정도 이제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다음 층으로 무사히 올라갈 모양이야. 지금 그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너도 알고 있겠지, 밤?”
“….화련씨..”
“저 악어도 보내줘야 하니까 우리도 서두르자고. 돌아가면 쿤을 깨울 수 있는 ‘길’을 알려주지.”
“뭐라고요? 그런 방법 같은 건 없다고 하셨었잖아요!!”
“네가 이런 무지막지한 일을 벌였기에 생긴 가능성이니까 이전까진 없는 게 맞지. 그렇다고 이런 경험이 유쾌했다는 건 아니야. 여러모로 큰일날 뻔 했다고.”
황야의 이곳 저곳에서 붉은 빛기둥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선별인원들을 실어나르는 관리자의 신수가 이 거리에서는 그리 보이는 것이리라. 그들과 함께 있던 라크의 몸도 곧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자했다. ‘문’을 열기 위해 그런 라크에게 다가가던 미래의 라크는 얘기치 않은 순간에 이 쪽을 바라보던 푸른 눈동자와 시선이 얽혔다. 큰 키만큼이나 우수한 신체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나 거대한 존재를 보지 못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파란 거북이!!”
그들도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마당에 다가설 수는 없었지만 라크는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동료를 불렀다. 눈이 마주친 것이 착각이 아니라면 비록 목소리가 다 전해지지 않다라도 그가 라크라는 걸, 무언가 말하려 하고 있다는 걸 알아봐 주겠지.
“잘 들어라 파란 거북이! 난 결코! 두 번 다시! 널 우리가 없는 곳으로 보내지 않을 거다!!! 알겠냐! 그러니까 너도 도망치지 마라!! 아니, 곧 따라 잡을 거다, 파란 거북이.”
“라크씨…”
관리자의 신수가 붉은 빛이라면 이쪽을 데려갈 빛은 찬란한 금빛이었다. 두 가지 색의 빛으로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그들은 선명한 푸른 빛이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눈에 담았다. 다시 만나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으니까.
드디어 쓰는 하편입니다.
사실 이 뒤에 한 문단 정도가 더 있어야 하는데 인내심 부족으로...
요약하자면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미래에서 온 밤과 라크의 언행으로 쿤은 미래의 자신에게 닥칠 일을 예상합니다만
밤이 자하드를 이기는 미래를 바꾸지 않게 위해 몇번인가 같은 선택을 하기에
당장 밤과 라크가 넘어오기 전까지의 미래는 바뀌지 않죠.
하지만 반복의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차이들이 결국은 쿤을 살릴 방법을 만들어 주었다....
가 결론입니다.
화련의 교정은 어떻게 저떻게 성공한 셈이 되고요.
이런 글의 커플링이 왜 밤쿤인고 하면 원래 그럴 예정이었는데 그 얘기까지 쓰면 제가 남아나지 않아서... 입니다.
어찌보면 미완성인 채입니다만 거의 덕질 시작 시점에 쓴 글이 남아있는게 다른 글 쓸 때마다 눈에 걸리고 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요즘 시간도 잘 나지 않는데 무슨 배짱으로 이런 글을 구상했던건지 참 스스로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부족하나마 하나 더 쳐 냈으니 다음 번엔 다른 걸 들고 오겠습니다.
요즘 리버스가 훨씬 강세인 것 같아서 재연재랑은 별개로 마음이 허한데 자급자족이라도 해야죠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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