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탑

[신의 탑 - 밤 X 쿤] Correction 上

신의 탑/단편










 소년은 창공을 가로질렀다.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추락하는 그림자에 닿을 때까지.

 “쿤씨!!”

 그의 의지대로 충분히 속도가 나고 있는데도 불길함이 고동쳤다. 방금   것인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행히 본능은 여전히 그를 움직이고 있었지만 뇌가 굳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시말해 스물다섯번째 밤은 최선을 다해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건 일어나서는  돼는 일임에 틀림이 없었으니까.

 “ !  돼요 쿤씨!!! 제발.. 저를 두고 가지 말아요.  !!!”

 

-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삶의 모든 것이었던 소녀가 소년을 버렸을  이후로 대체  년만이던가? 비록 꿈이었지만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누군가를 잃는 경험이라는  간접적이라 하더라도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었다. 하물며 그는 라헬처럼  발로 밤을 떠난 것도 아니었고

 “ 그래 ? 악몽이라도 꿨어?”

 식은땀에 절은 몸에  바람이 닿는 것과 거의 동시에 같은 침실을 쓰고 있는 동료들의 걱정스러운 시선도 그에게 닿았다. 악몽 끝의 비통한 절규가  밖으로 새어나왔던 걸까? 어스름히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니 일어나야할 시간에 근접한 모양이다만 괜히 자신의 꿈자리 때문에 곤히 자던 동료들을 깨운 것이 미안해서 밤은 머쓱하게 웃으며 손사례를 쳤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때문에 깨신 거에요?”

 “ 그래도 일어나려던 차였어. 시험 날이잖아?”

 “그랬죠 . , 먼저 씻으실 거에요?”

 “ 먼저 씻어도 돼고. 어차피 같이 나갈 건데 .”

 “네가 먼저 씻어라 파란 거북이. 맨날 준비가 느려터진 놈이 뭐라는 거냐.”

 “씻어도 티도 안나는 너랑 같은  아냐?”

 “그냥 먼저 씻으세요 쿤씨. 저는 괜찮아요.”

 쿤이 순서를 양보하려   누가봐도 식은땀 범벅인 밤을 위한 배려였지만 라크가 시비를 놓는 바람에 결국은 평소대로다. 멀쩡히 자신의 앞에 있는 쿤을 확인해서인지 꿈에서 가져온 시큰한 통증이 엷어지는 것도 같았지만 쏟아지는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빨라진 심장박동은 쉬이 사그러들지 않아서 밤은 침대에 앉은 채로 숨을 골랐다.

 “주근깨 거북이의 꿈이냐?”

 “아니요.”

 라헬의 꿈을 꾸지않게  지는 한참이 지났지만 밤의 동료들은 아직도 그에게 미련이 남아있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라크가 진지하게 묻는  보면 쿤의 이름은  놓지 않았더라도 분명 밤의 절규를 동료들이 들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상한 꿈이었어요. 지금껏 제가 여태 보지 못한 풍경에, 여러분들이랑 제가 높은 건물 위에  있었어요. 다들 한번도 보지 못한 옷을 입고 계셨고모습도 지금이랑은 조금 달랐어요. 라크씨랑….. 쿤씨도요.”

 “그럼 내가  두고 갔다는 거냐?”

 “아뇨. 그런  아니었는데…..”

 “?”

 “아마도 쿤씨가.. 죽을  같았어요.”

 “……개꿈이다. 네가 꿈에서도 사기를 당했겠지.”

 괜히 밤의 등짝을 세게 후려친 라크는 친구 걱정을 일축하고는 밤의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죄송해요. 시험이 곧인데 이런 얘기를 해서.”

 “.  건방진 거북이 녀석이라면 죽으면서도 약올릴 거다. 누가 질질 짜게   같으냐.”

 “하하….”

 듣고보니 라크의 말도 맞아서 불길함으로 답답했던 밤의 가슴이 그제야 조금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부터 바나나를 해치우러  심산인지, 밖을 향하는 라크의 뒷모습을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밤은 라크가 밖으로 나서자마자 너울이 돌아오듯 다시 차오르는 불길함에 손을 모아쥐고 길게 한숨을 흘렸다.

 “하지만 라크씨는  모습을 보지 못하셨잖아요.”

 

-

 

 이번 승탑시험은 간단했다. 미로같이 얽혀있는 거대한 시험장에서 적당한 작전을 통해 관리자가 마련한 상대를 피해 3마리의 신해어를 사냥하면 된다고 했다. 지형이 복잡하긴 해도 사전에 시험관으로부터 지도를 받은 상태였고 팀메이트 간의 연락도 가능하니까 이만하면 거저먹는다고 보아도 좋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구성원들이 모두 상승세였다. 특히나 압도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비선별인원, 스물다섯번째 밤은 앞서 있었던  번의 전투에서 상대를 멋지게 제치고 신해어 사냥에 성공한 상태였다.

 “예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비선별인원이란 정말 무시무시하군. C급은 물론이고 랭커도 아득히 뛰어넘은  같은데.”

 “쫓아가려면 우리도 분발해야 한다는 이야기지. 뭔가 조바심을 내고 있는  같기도 하지만 밤의 실력이면  문제는 없겠지. . ‘바늘새우 위치는 찾았어?”

 “그런  같아. 마무리 단계니까 되도록 전투는 피하면서 이동하자. 위치는 포켓으로 전송할게.”

 “오케이. 왠지 이번에도 밤이 처리할  같지만 우리가 엄호해주자고. 마지막이라면 방해하려는 녀석이 많을 테니까 말야.”

 등대지기인 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니 열차 이후에 팀에 합류한 사치와 보로도  다음 층으로   있을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관리자의 시험을 치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떄는 까마득한 기분이었는데 실력자가 포진해 있다보니 오히려 시험이  간단해진 기분이다.

 “쿤씨. 상대들이 방해하려고  테니까 쿤씨는 계속 거기 계시는  좋을  같아요.”

 “그럼 바늘새우를 놓칠  같은데?”

 “어디 있는거냐 파란 거북이!”

 “위치 보내줬잖아 망할 악어. 다른 놈들이랑 다르게  새우는 작고 빨라서   팔면 놓칠  같단 말야.”

 “새우랑 같이 있는 거였어?”

 “. 우연히. 아직까진 아무도뭐지?”

 “혼자 가지 말고 기다리세요 쿤씨!”

 “아니  쪽이야! 피해, ! 악어!”

  호크니와의 거리도 멀고, 제대로된 옵저버도 없는 마당에 쿤의 등대가  감지한 건지는   없었지만 피하라고  이유라면야 모두가    있었다. 엄청난 에너지가 시험장을 관통하며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고, 그렇게 갑자기 하나로 이어진 시험장도  여파로 한동안 지진이   흔들렸다. 거대한 부유선에서 함포라도   아닌가 싶었지만 흩어지는 신수의 궤적을 읽은 밤은 눈을 크게 떴다.

 ‘장천…?!’

 중심을 잡기 위해 모두가 강제로 멈춰설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시험장 속의 신수도 크게 흔들려 새우조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있는  고작인 모양이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그만한 호재가 없었기에 쿤은 새우를 등대에 가두려했고, 신수저항력이 남다른 밤이 빠르게 청노를 타고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잡았!!”

 그리고 같은 방향에서 밤보다 훨씬 빠른 속력으로 다가오고있는 다른 무언가도. 속도가 너무 빠른데다가 원래부터 밤과 가까운 방향이라 쿤이 손을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되든 안되든  방향으로 몸을 틀어 급한대로 방어막이라도 형성하려 했던 쿤은  빠른 물체가 유연히 밤을 피해 자신을 향해 다가올 때엔 완전히 무방비였다.

 “..?!”

 아까의 충격에 멋대로 휘몰하치는 신수의 틈으로 등대를 보내려면 당연히 시간이 지연될  밖에 없었고, 되돌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쿤이 대응을 하는 것보다는 같은 상황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던 밤이 반응하는 것이  가능성이 높을 터였다. 하지만  역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이유는 쿤과 같았다.

 “이게 무슨쿤씨!!”

 단지 밤이 간과하고 있었던  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시점에서 쿤을 지켜줄  있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일 터였다. 그게 설령 과거의 자신이 나타나기라도  것처럼 자신과  닮은 사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파란 거북이!”

 아닌  했어도 아침에 밤이  이야기를 신경쓰고 있었던 건지 금방 도착한 라크가 매드 쇼커를 괴한의 등을 겨냥해 던졌지만 투창보다 빠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붉은 창은 바닥에  꽂혔다.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받아들일  없는 사실에  비어버린 머리 덕에 밤은 하염없이  다른 자신이 스쳐간 자리만 바라보고 섰다. 지금의 자신이 이런 짓을   있을거라는 장담 못 하지 시험장을 꿰뚫는 구멍을  것은 분명히 유한성이 그에게 가르친 ‘장천이라는 신수제어술이었다. 게다가 그는 얼굴과 체격까지도 밤과 닮아있었다. FUG  담고 있었던 시절의 자신처럼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가졌다는 것만이 차이점이었고, 아마 쿤도 같은 생각을 했던  같았다. 그러니 그를 피하지 못했고 그대로 끌려갔겠지.

 “! 라크! 대체 무슨 일이야? 쿤은?”

 “제가.. 아니 저랑 똑같이 생긴 남자가 끌고 갔어요.”

 “? 어디로?”

 “이만큼  일이 있는데 관리자는 대체  하는 거야?”

 “검은 거북이! 당장 쫓아가야지  하는 거냐!!”

 “! !”

 시험장에 있는 선별인원들에게 알립니다. 모든 선별인원은 즉시 행동을 멈추고 시험감독관의 안내에 따라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 드립니다

 뒤늦게 쿤의 뒤를 쫓으려던 밤은 갑자기 시작된 안내방송과 위협적인 불빛에 다시한번  손을 물려야했다. 관리자의 명령을 받은 건지 시험감독관들이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무엇보다 흔들리는 신수 속에서는 몸을 가누기도 힘들 다른 동료들이 위험해 보였기 때문에 그들을 뒤로하고  자리를 떠날 수는 없었다.

 “제길. 뭐가 어떻게  거야. 우린  무슨 일에 휘말린 거지?”

 밤의 심정도 보로의 외침과 다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는 걸까?

 

-

 

 결국 시험은 중단되었다. 시험을 치르던 선별인원이 시험을 치르던 중에 납치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니  상황에서 승탑시험을 속개하는 것은 무리였. 시험에 대한 것도  공지를 하겠지만 관리자의 뜻에 따라 지배자와 시험감독관들도 우선은 쿤의 행방을 찾아내는 데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대담함과 기술의 정교함으로 보아 시험장에 침입한 괴한은 하이랭커급의 능력자로 보이니 선별인원들은 안전하다는 판단이  때까지는 배정된 숙소에서 지내며 외출을 자제하라는 충고도 덧붙였지만, 동료가 끌려간 마당에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를 곧이 들을만큼 밤은 겁쟁이가 아니었다.

 “너랑 똑같이 생긴 녀석이었다고?”

 “. 겉모습만이 아니라 쓰는 기술도 저랑 똑같았어요. 오히려저보다 강한  같아 보였고요.”

 “너보다 강하다고? 그럼 위치를 알아내도 우리가 쿤을 되찾을  있을까..”

 “우선은 좋게 생각하자고. 여하튼  자가 밤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쿤한테 위협을 가하진 않겠지.”

 “그건 그렇지. 아까 시험장에서도  많은 인원들을  피해서  점을 노렸으니까 말이야. 쿤을 데려가긴 했어도 다치게   아니잖아?”

 “검은 거북이.”

 “. 죄송해요. 지금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어서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뭐가 있어. 관리자조차 아무 대응을 못했는데. 게다가 당장 중요한  쿤을 찾는 거잖아. 어디보자. 승탑시험을 치루는 중이었으니까 상대가 하이랭커라고 하더라도 쿤을 데리고 위로 가진 못했겠지?”

 “글쎄.  모르겠네. 일단 10가문이니까 내탑은 무리더라도 외탑쪽으로는 넘어갈  있을  같긴 한데 지배자나 관리자가 막겠지?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잖아.”

 전에 없던 사건이라   전체가  일로 떠들썩하니 지배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쿤의 행방을 찾아보겠다고   말이 아닐 터였다. 시험이 외부 요인에 대해 안전하지 않다는  그들에게 불명예이고, 사라진 선별인원 또한 명색이 10가문의 자제인만큼 대충 처리하기는 어려울테니 말이다. 범인이  층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면 당연히  경계를 넘나드는 인원을 통제하기 시작했을 테니, 쿤을 데려간 사내가 아직  층에 남아있을 거란 추측은  신빙성이 있었다. 이만큼이나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밤이 불안을 느끼는  역시나 어젯밤의 악몽 때문일 터다.

 “.  안색이 너무  좋은데. 일단 우리가 어떻게든 수소문해  테니까  쉬고 있을래?”

 “아니요. 저는 쿤씨를 당장 찾아야해요.”

 “아침에 말한   때문이냐?”

 “ 사람은 꿈에서 제가 입은 것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어요.”

 “꿈이라니 무슨 얘기야? 예지몽이라고 꿨다는 거야?”

 “그럴 리가 있겠냐!”

 밤은 그의 꿈에서 쿤이 죽었다고 했다. 그런 악몽이 예지몽이라면 밤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떠나서 라크에게도 밤의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넘어오는 중인지라 마음이 약해지고 싶지 않은 라크는 보로의 등짝도 힘껏 갈겨주었다.

 “네가 꿈에서 쿤을 죽였다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그건 아니지만.. 모르겠어요. 빨리 쿤씨를 찾아야 한다는  밖에는. …화련씨를 만나야겠어요.”

 

-

 

 “. 생각보다 금방 정신이 드셔서 다행이에요.  거칠게 대해서 죄송해요 쿤씨.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너는.. 밤이야?”

 언뜻 보았을 때는 영락없는 쿤의 친구, 스물다섯번째 밤이었는데 찬찬히 뜯어볼 여유가 생기고 보니 다른 점도 눈에 들어온다. 키도   자란  같고, 골격도  남자다워졌다. 아마 밤에게  위의 형제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쿤이 그를 밤이라고 부른  밤의 혈육이 있을 리가 없거니와  특유의 분위기가 그에게서도 묻어나기 때문이었다. 상냥한 말투라던가 실수를 했을 때의 겸연쩍은 미소와 행동, 호칭 같은 것들이 말이다.

 “. 쿤씨와는 다른 시간을 걸어왔지만요.”

 “다른 시간?”

 “다른 세계의 저라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여전히 쿤씨는 호기심이 많으시네요. 그게 먼저인가요?”

 “여전히라평행우주 같은 데서  거라고 치면  쪽에선 나랑 사이가  좋았나봐? 오래  보고 지낸 것처럼 얘기하네?”

 “…….그랬죠. 사이가 나빴던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쿤이 눈을   포근한 침대에서였다. 어둡고 차분한 톤의 침구가  밤의 성격에 맞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의  다른 밤에게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처지이니  곳은 당연히 그의 공간. 밤이 샀을법한 물건이 즐비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나 쿤이 아는 밤과  같은 남자가 시험을 방해하면서까지 그쪽의 쿤이 아니라  쪽으로 찾아온 이유는 뭘까? 밤의 표정을 보면 짐작가는  있어서 쿤은 밤이 가만히 기대듯 포옹하는  막지 않았다.

 “죄송해요. 하지만 정말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

 “죄송해요. 죄송해요, 쿤씨.”

 “….잘은 모르지만 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지금까지 나한테 사과해야 할만한 일을  적이 거의 없는데.”

 “아니요. ……쿤씨가 그렇게    때문이니까요.”

 ‘’그렇게..’

  곳의 자신을 만날  없어 다른 세계로 넘어오기까지 했다면 뻔한 이야기다. 분하지만 에반이 이야기했듯이 밤은 쿤을 추월했고 이제 점점  멀어지는  밖에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마음이 약해서 뒤에 남은 동료들을 자꾸만 돌아볼 밤인데 이만한 미련까지 갖게 만들다니 그쪽 세계의 자신은  한심했나보다. 그런 결론을 지으며 쿤은 애절함이 가득 묻어나는 밤의 등을 도닥여주었다.

 “그게   때문이겠어. 내가 약해서였겠지.”

 “여기 와서까지도  위로를 듣네요. , 우선 식사부터 할까요? 제가   간단히 만들어 봤거든요. 참고로 여긴  개인 벙커에요. 나가시지만 않으면 물건은 마음대로 쓰셔도 좋아요.”

 “나야 상관없지만 지금 밥이 문제가 아닐텐데.  관리자의 승탑시험을 방해한  아냐? 빨리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게 좋지 않을까?”

 “괜찮아요. 며칠 정도 눈을 피할 방법이 있으니까. 찾아낸다고 해도 그쪽이 저한테 손을 대진 못할거고요. 하지만  걱정보다 먼저 생각해야할  있지 않을까요? 쿤씨는 지금 납치를 당한 거라고요? 너무 안심하시면 곤란해요.”

 “먹여주고 재워준다는데 벌써 걱정할 필요 있나. 그런 무시무시한 얘길 해도  걱정하고 있다는 것부터  악역감이 아닌데.”

 “…..음식이 식겠네요. 어서 가요.”

 요즈음의 밤도 FUG 재정 지원이 이어지는 중인지 돈이 궁하지는 않다만 위대한 가문 출신으로서 호화로운 본가에서 지낸 적이 있는 쿤이 보기에도 밤의 개인 벙커는 수준이 높았다. 침실에서 나오니 그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는데, 우선 규모부터가 상당했다. 개인 벙커는 안과 밖의 공간감이 다른 경우가 제법 있다지만  정도의 공간압축률이면 공방의 물건이라고 봐야할  같았다. 그만큼 넓은 공간을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집기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배치를 밤이 직접 했는지까지는  없지만 취향 자체는 밤의 것이 맞았다. 대체적으로 차분하고 약간 탁한 푸른색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보랏빛이 포인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색이 어두울 뿐이지 벽지와 바닥은 밝은 회색톤이라 볼라이트의 불빛이 스미니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오히려 화사해 보인다고도 평할  있을법한 인테리어랄까? 아침으로 만들었다는 샐러드와 스프, 스크램블 에그와 몇 가지 빵이 제법 멋진 브런치 카페에  듯한 느낌마저  정도로.

 ‘ 뒤로 계속 잠들어 있었던건가. 이상한걸? 의식을 놓을만한 일을 당한  같지도 않은데.’

 시간이 오전 9시를 가리키는  보면 확실히 지금은 아침을 먹을 시간이겠지만 밤에게 붙잡혀 왔을 때는 기껏 해봐야 점심시간을 몇 시간 넘긴 오후였을텐데 이후로 내내 쓰러져 잤다는   의아한 일이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오긴 했어도 밤이 쿤을 심하게 대한 기억은 없거니와 몸이 안 좋다는 낌새도 없었으니 말이다. 10가문 출신인 쿤은 왠만한 병에도 약이 필요치 않을만큼 우수한 신체를 타고났는데 고작  층을 고속으로 가로지른  때문에 인사불성이었다니 앞뒤가 맞지 않은 이야기다.

 ‘다른 세계의 존재가 일으키는 효과인건가?’

 “입에 맞으세요? 쿤씨를 위한 요리는 너무 오랜만에 해서요.”

 “ 밤이   요리는 처음 먹어본  같은데. 이렇게 요리를  하는 줄도 몰랐네.”

 “하긴. 제가 처음 요리를  드린 때가 되려면 한참 멀었겠네요. 여하튼 괜찮으시다니 다행이에요. 당분간 제가  요리밖에  드실텐데 싫어하시면 어쩌나 했어요.”

 “며칠이나 여기 있으라고?  시간을 끌면 자하드군이…”

 “이쪽의 제가 걱정되시는 거죠? 쿤씨의 행방을 알아내기 전까진 여길 떠나지 못할 테니까.”

 “알면 보내줘. 내가 밤의 발목을 잡는  사양이니까.”

 “..다들  보면서 한결 같다고 좋아해 주셨지만, 그렇게 좋아해 주셨던 분들도 한결같긴 마찬가지였겠죠. 당장 쿤씨도 그렇고요.”

 “이쪽이 네가 살던 시간대보다 과거인거잖아? 그럼 변하기 전인게 당연하지. 어쨌든 ….”

 “말씀드렸었잖아요. 나가는  안된다고요.”

 ‘….역흐름제어..?!

 다른 사람이 당하는  여태 무던히 봐왔지만 직접 당하는  처음인데, 대상 주변의 신수흐름을 제어해 움직임을 멈추는 기술인 역흐름제어는 아는 것과 당하는 것의 기분이 천지차이였다.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모두 벽으로 변하는 기분.  단단한 벽에 막혀 손가락하나 까딱할  없건만  뒤의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두르는 기색도 없는게 지금의 밤보다 그는 확실히  노련하고 강하다.

 “제가  쿤씨를 지킬 능력도 없는 사내에게 당신을 보내야 하나요?”

 탑의 다른 생명체에 비하면 쿤은 결코 오래 살아왔다고는 이야기   없는 축에 들겠지만 그래도  전부에 해당하는 평생동안  한번도 상상조차  보지 않은 일이  앞에 펼쳐졌다는  쿤은 인정하지 않을  없었다. 스물다섯번째 밤이 변했다. 쿤의 가장 빛나는 별이, 어둠에 묻혀 있었다. 옴짝달싹할  없는 처지의 쿤을 뒤에서부터 끌어안은 밤은 쿤의 어깨에 기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귓가를 간지럽혔다.

 “ 과거의 저에게서 당신을 강탈하러  거에요.” 





















아어. 덕질할 시간이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