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글감 2020.10.6 - 15
신의 탑/하루 글감
10.6 - 화요일
"왜 한 것도 없는데 화요일이야!!!"
보통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기한까지 일을 미루고 보는 한량이지만 과제하느라 밤을 샌 덕에 눈 밑이 시꺼먼 공대생이라는 점이 자취방에서 방금 박 십이수를 발굴한 참인 쿤의 동정을 샀다. 일단 급한대로 편의점제 커피와 비타민을 사서 쥐어주고 밥 먹었냐 물어보니 당연하게도 아직이란다. 그 와중에도 과제가 어쩌고를 중얼거리는 게 절로 혀를 차게 만들었다.
"공강 언제야. 점심 사줄게."
쿤이라고 과제의 쓰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수의 노력과 자신의 노력이 조금 다르다는 것쯤은 진즉에 파악하고도 남았다. 이수와 같은 사람들이 가진 올곧음은 쿤과 같은 배경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기에 입에발린 말을 하는 주변인을 제치고 이수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항상 쿤의 이목을 끌었다. 어쩌면 쿤의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값어치 있는 사람이 바로 십이수일지도.
10.7 - 소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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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 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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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 별
눈을 감고 과거를 돌아보았다. 자신은 스물다섯번째 밤이라는 아이의 별이었으나 지금은 혼자 남았다. 어떠한 재능도 타고나지 못했다는 것은, 그리하여 더러운 것을 묻혀가며 길을 여는 방법 조차 능숙하지 못하다는 것은, 그리도 죄가 될 일이던가? 세가지 부탁을 들어 주겠다는 하얀 악마의 말에 라헬은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전 모든 사람들의 별이 되고 싶어요."
10.10 - 방치
눈을 감는 순간이 되어서야 쿤 아게로 아그니스는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은 타인의 마음을 위해서만 살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소중한 것들은 전부 떠나가게 두었다. 그들이 날개를 펼칠 때 자신이 그에 방해가 되는 걸 용납할 수 없었으므로. 그 옛날의 마리아도, 스물다섯번째 밤이라는 소년과 자신의 버팀목이었던 라크, 여정을 함께 했던 다른 동료들마저도. 나름의 배려 끝에 방치되었던 자신의 마음을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변혁이라 믿었던 폭풍이 탑을 무너뜨리는 바로 그 순간에.
10.11 - 백 년
시간이 곧 힘의 척도라는 건 아니지만 살아온 세월만큼의 경험치가 힘이 될 때는 분명 있는 법이다. 그러니 에드안이 보기에 어린 아들의 행동이 어리석어 보이는 경우가 있다한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방법이 아니지만 더 일이 잘못되기 전에 교정을 해 두기로 생각한 것 역시.
"예상보다 일찍 이 곳에 닿기는 했다만 아직은 때가 아니지."
만이 넘는 계절을 지나온 에드안에게 있어서 백 년이란 그리 길지 읺은 세월이나 그조차 지내지보지 않은 아게로에게는 까마득한 이야기다. 그 때를 넘길 때까지만 자신에게 사사받을 것을 제안하며 아들 일행의 앞에 나타난 에드안 덕에 선별인원 무리는 혼란에 빠졌다. 그 역시 앞으로 나가기 위해 무찔러야하는 적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아량을 베풀다니. 하지만 무리의 결정을 재촉하는 방법을 그는 이미 꿰고 있었다.
"이리 오렴, 아게로."
10.12 -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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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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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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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 판단
FUG의 슬레이어, 쥬 비올레 그레이스. 사람들은 밤의 일행은 그가 있기 때문에 비올레의 팀이라 일컬었다. 슬레이어란 FUG의 신이자 탑의 악마이므로 밤의 동료들은 악마의 하수인쯤 된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적이 있는 자들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구심점이 비올레라 한들 판단을 내리는 건 다른 누군가의 몫이었다. 그들이 진정 악마라면 허수아비 왕이 악한 것인가, 그를 뒤에서 조종하는 손이 더 악한 것인가? 슬레이어라는 이름과 힘이 어쩌다보니 진짜 악마의 손에 굴러떨어진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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