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탑

Track 04

신의 탑/Exceptional

 

 

 

 

 

 

 

 

 

 

익셉셔널의 팬들이 그렇게나 고대하던 쿤의 생일파티는 아무래도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쿤은 자신의 생일이 지날 때까지 그대로 잠들어 있었으니까. 이미 성인임에도 밤은 그보다 더 어른들의 이야기에는 낄 수 없었다. 그저 부모님이 잘 해결될 것 같다고 했으니 그를 믿어볼 밖에. 쿤은 아버지가 자신의 일을 방해하려고만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아들과 같은 병실에서 생활하며 정신이 들기를 기다리는 그를 보니 밤은 물론이고 쿤도 그에 대해서 뭔가 오해가 있었지 싶었다. 부모 노릇을 거의 해 주지 않는 아버지라는 세간의 평과는 다르게 그는 쿤이 앓고 있던 병이 어떤 건지도 알고 있었고 시의적절하게 한국에 와 있기까지 했으니.


"성격이든 외모든 아버지 쪽 판박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러게. 하필 닮아도 그런 걸 닮아서는, 쯧."

"어떻게 할 거냐? 넌 손해보는 계약은 안 한다고 했잖아?"


익셉셔널이 소속되어있는 기획사 FUG Ent. 의 실 소유주가 왕년의 대스타 V라는 건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다. 때문에 아무리 한성이 쿤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하더라도 V의, 좀 더 현실적으로는 밤의 눈치를 살펴온 것인데 에드안의 기행에 이어 쿤도 제 알아서 계약 연장에 있어 흠결이 될만한 일을 벌여주시니, 밤이 자기 주장을 이어간다해도 한성 쪽의 근거가 더 탄탄할 것이다. 하지만 밤 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팔짱을 끼며 등받이에 최대한 몸을 기대 젖힌 한성은 의외로 매몰찬 말을 꺼내지 않았다.


"글쎄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할 이야기도 아닐 뿐더러 별로 내키지도 않네요."

"호오?"

"에드안님이 싫은 건 여전합니다만, 유전병이라면... 쿤씨도 결과적으로 아그니스님 모녀처럼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잖아요?"

"아아."

"에드안님의 관리를 어떻게 믿고 맡깁니까?"

"푸흡!"


마시던 물을 뿜은 건 밤도 아니고 에반켈 팀장도 아니고 이 사무실의 주인인 하진성 이사였지만 그가 추태를 보이기 전부터 에반켈은 호쾌하게 웃고 있었으니 대체로 한성의 대답에 대한 반응은 비슷하다고 봐야했다.


"쿤 가문으로 돌려 보내는 것 보다 여러 사람이 감시할 수 있는 환경에 두는 게 훨씬 안전할 겁니다. 애초에 발작이 시작된 것도 쿤 가문의 문제였잖아요? 또, 에드안님의 약점을 제가 쥐고 있는 격인데 좋은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릴 순 없죠."

"대체 쿤 에드안이 너한테 뭘 잘못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그럼 예정대로 쿤이 눈을 뜨면 재계약을 진행하는 걸로 해 두지. 하는 김에 익셉셔널의 스케쥴은 다시 한 번 검토를 해 보고. 시상식 준비는 힘들지 않니, 올레야?"

"네. 저희는 문제 없어요. 지금은 다른 스케쥴도 없고 무대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쿤에게 유독 짖궂게 구는 면이 없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한성의 지원은 매우 훌륭했다. 쿤의 사건이 있었던 이후에도 팬들이 익셉셔널의 휴식을 주장하지는 않을 정도로 바쁜 와중에도 잘 시간과 먹을 것은 확실하게 지원한다고 정평이 나 있었으니 말이다. 모든 일에 밤이 나서는 순간 해결이 되니 라우뢰의 비상식적인 요구를 제외하면 익셉셔널은 다른 아이돌에 비해서는 양호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극성 팬의 칼같은 차단에 팬들이 오히려 어려워 한다면 모를까.


"다행이구나. 그럼 하던 대로 열심히 해 주고... 병원에 한번 가 보긴 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갈까 에반켈 팀장이 갈까?"

"그런 일은 제가 가도 됩니다만?"

"넌 됐다. 아픈 애 복장 터뜨릴 일 있냐."

"환자한테까지 치사하게 굴진 않습니다."

"지금까지 보고 들은 게 있는데 네 낯짝만 봐도 경기 일으키지. 뭐 팀장도 마찬가지일 것 같으니 내가 직접 가야겠군. 확인할 것도 있고."

"호오? 그럼 병문안 갈 시간에 데이트를 해도 되겠군."

"데이트는 퇴근하고 해야지..."


회사의 대주주임에도 입장상 경영에 직접 나서지 못하는 밤은 직원의 태만한 근무 태도도 소속 연예인에게 까다롭게 구는 행태도 지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처리해주는 하진성 이사가 있어서 이 회사가 문제없이 굴러가는 게 아닐까? 진심으로 그에게 깊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밤은 에반켈 부장이 유한성 실장의 정수리를 쓰다듬는 장난을 치며 함께 멀어지자 혼자남은 진성을 올려다보며 입을 뗐다.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안 될 거야 없지만 스케쥴 있지 않니?"

"스케쥴은 조정할 수 있으니까요. 이사님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전... 쿤 씨가 에드안님과 둘만 있는 게 신경쓰여요."

"흠.. 뭐, 네 마음은 이해한다만 유 실장한테 잔소리 듣기 싫으면 그런 일은 벌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에드안에 대한 소문이 많이 더럽기는 하지만 네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녀석은 에드안에게도 특별하거든. 계약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으니 네가 조바심 내지 않아도 꼬맹이랑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쿤 씨의 병은 치료할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쿤 씨의 어머니도 누나도 같은 병으로 그렇게 되신 거라면!"

"그러니까 너희는 기다리는 게 좋다는 거야."


상황이 최악이라고 판단되었다면, 일단 에드안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거니와 눈치빠른 한성이 계약에 대해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당분간 지금같은 상황을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모두에게 있다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환자인 쿤에게 해결해야할 짐부터 보여주는 것 보다는 들고있는 문제를 치워주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에드안이야 항상 예측불허인 사내였으므로 진성의 생각과 같을 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여하튼 그도 소중하고 또 소중한 아그니스의 마지막 흔적을 자기 손으로 지울 생각은 없을 터다.


"내 생각엔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을 것 같다만."


모든 건 쿤이 언제 눈을 뜨냐에 달려있는 문제다. 그 일만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해결은 오히려 손쉽다. 익셉셔널이 그간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만큼 에드안을 제어해 온 쿤이니.


"다녀오마."



*



환자가 의식이 없다는 것도 그렇고 에드안도 의외로 의식주에 까다롭게 굴질 않아서 쿤의 병실은 병원에서 마련한 그대로의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아를렌이 꽃이라도 한 다발 보내줄까 물었을 때에도 에드안은 거절했다. 양육비를 내는 것 이외에는 자식들도 저 알아서 크게 버려둔 그다. 그가 다른 생물을 키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시든 꽃이 있는 병실이라니. 그건 더더욱 상상하기 싫었고. 의료진의 빠른 조치 덕분에 호흡이 안정된 쿤은 겉보기에는 잠든 것과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도 남은 증상은 과로와 감기 정도라니까 머지않아 눈을 뜰 것이 분명했다. 알고 있음에도 불안한 것은 에드안의 죄과 때문이려나? 자식에겐 져 주지 않겠다는 에드안의 아집이 결국 아게로와의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을까봐?


'붙잡지 않아도 붙잡아도 결과가 같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에드안의 품에서 잠들었던 아그니스는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붙잡을 틈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반드시 지키겠노라 마음 먹었던 딸도 모래알처럼 그의 손가락 사이로 허망하게 빠져나가 버렸다. 그가 행동하는 게 항상 틀렸기 때문에라고 치면, 이번에 그는 어찌해야 옳은가? 고민하기에 한 달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라더니 진실로 그러했다.


"아게로."


이무런 의미 없는 호명이었다. 아직 에드안의 생각은 정리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꿈에서 조차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여서인지 그는 기다리던 순간을 앞당겼다. 쿤이 눈을 뜬 것이다. 이제 막 눈을 떴을 뿐이고 아직 환자였지만 자식인 만큼 에드안을 발견하자마자 차츰 변해가는 눈빛이 무얼 의미하는지 읽은 에드안은 그대로 일어서 아게로의 손목을 꾹 내리 눌렀다. 도망치지도 자해하지도 못하게끔.


"아게로."

"당신이 왜!!"

"우리 타협이라는 걸 해 보자."

"싫어!"

"어쩔 수 없잖니. 살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너도, 나도, 살아야 하니까. 남는 손이 없으니 에드안은 이미를 맞대왔다. 가만히 눈까지 감는 모양새가 마치 기도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정적 속에 엉망이었던 호흡도 차츰 원래의 페이스를 찾아가는 게 느껴졌다.


"아니면 같이 죽을까?"

"싫어. 그건 최악보다 더 최악이야."

"그래."


아게로가 말한 것은 에드안과는 그 무엇도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겠지만 당장 에드안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적어도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살아있어 준다는 이야기와 같았으니까.


"당신이 어떻게 할건데, 타협 같은 걸."

"뭐, 처음이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보마."

"........"

"어찌 생각하면 거래와 비슷한 것 아니겠니."


두 사람의 시작부터 짚어보자면, 처음은 이렇지 않았었다. 시작은 남 부러울 것이 없는 화목한 가족이었고, 아그니스의 시후에도 에드안의 자식들 중에서는 괜찮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본격적으로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 건 누이의 사후. 에드안의 비정상적인(이라고들 이야기하는) 애정에 대한 집착이 잦은 결혼과 관계로 이어지는 걸 아게로가 알아챘을 때 부터였을까. 어렸을 때부터 영특한 아이였으니 다른 아이들에 비해 눈치 채는 것도 빨랐고, 가정 환경이 이미 그렇게 꾸며졌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주요했다. 어머니나 누나는 몰라도 그 때의 자신은 에드안을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알았기에 엇나가기 시작했을테지.


"당신이 나랑 거래를 한다고?"

"그래."

"바보같은 소리."

"내가 진심이 아니었다면 네가 의식이 없는 동안 이미 잡아 가뒀겠지."

"......."

"나는 네게 독립을 허락할 생각이다. 이번에는 진짜로 널 믿고 기다려보마. 대신 너도 하나는 포기해 줘야겠지."


에드안에게는 적지 않은 수의 아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버지와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은 것이 아게로였다. 때문에 에드안은 무척이나 기뻤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 자신과 꼭 같은 아들을 낳아 주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쁘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딸은 아그니스와 무척이나 닮아서 쌍둥이 남매는 에드안 내외에게 있어서는 사랑의 결실, 그 자체로 여겨졌다. 행복이 너무나 짧아, 자랑마저도 빠르게 퇴색되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게 두기엔 그 순간이 지나치게 찬란했다.


"살아남아 줄 테냐?"

 

 

*



"잘 해결된 모양이구나."


진성이 도착하기도 전부터 에드안이 서울에 집을 보러 다닌다는 찌라시가 돌기 시작했다. 한성이 학을 떼며 쿤에게 해명을 부탁해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얌전히 병실을 지키고 있는 쿤을 보니 일단 진성의 마음은 편해졌다.


"너 같은 꼬맹이 생각은 알 수 없지만 그 늙은이 생각은 훤하거든."

"....그거 자랑 아닌데, 이사님."

"버르장머리 하고는 진짜.. 해서 넌 어떻게 하기로 한거냐."

"그냥 원래 대로야."

"몸상태는?"

"그것도."

"......괜찮겠냐?"

"당연하지."


살아보라잖아? 그럼 해 보는 거지. 그런 일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자신은 가능하다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자기 나이의 반토막도 살아보지 않은 꼬맹이의 옆모습을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보던 진성은 이내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깨닫고 그만 두었다. 담배가 말리지만 병원에서의 흡연은 안 될 말인지라 짧은 한숨이 그를 대신했다. 쿤을 받아준 건 순전히 그를 데려온 게 은인이자 상사인 V의 아들, 밤이 데려온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진성만이 아니라 FUG Ent.의 모든 직원들은 쿤을 그런 식으로 대했다. 요컨데 낙하산 인사라는 거였다. 그는 그들이 길러낸 연습생이 아니었으니. 따지고보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어른들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매정한지 그에게 가르쳐주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밤이 먼저 전전긍긍할 정도로 불쾌함을 티 내고 있었으면서 다른 말로 포장하면 끝. 에드안의 집에서 나고 자라 왠만큼 꼬인 생각도 한번 보면 파악해 버리는 그의 눈에 그 상황이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이제와서라도 에드안이 노력해 주었기에 망정이지 처음부터 살 의지도 성공할 의지도 없었던 쿤에게는 한국 생활도 도움된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우리도 우리지만 네 동료들도 걱정이 많다. 오늘도 면회 오겠다는 걸 혹시 싶어서 내가 말렸거든. 의식이 돌아왔으니 시간 날 때 들러보라고 하마."

"됐어. 내일 나갈거야."


조금 미안해진 감이 없지 않아서 괜히 한번 쓰다듬어주기라도 할까 했던 진성의 손은 공중에서 맘췄다. 진성이 들어오던 때부터 그대로인 투명한 옆 얼굴, 투명하게 푸른 눈동자. 하늘 빛이 너무 맑아서인지 얼핏 비슷한 색채의 쿤이 흐릿해지는 환상을 본 것 같았다.


"좀 더 쉬는 게 좋을텐데."

"어디서든 쉬기만 하면 되지."

"재계약은..."

"언젠데?"


분명 몇 분 전에 살아보겠다고 말했던 쿤이지만 붙잡아야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진성은 급히 계약 이야기를 꺼냈다. 날짜를 받거나 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아주 잠깐, 안 한다는 이야기를 할까봐 두려운 마음이 일기도 했었다. 말했다시피 진성은 젊은 세대의 생각을 읽는데는 서툴러서 지금 든 예감이 무얼 의미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다행히 쿤은 계약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한번 자리한 불안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당장 내일 숙소로 돌아오겠다는 거냐?"

"아니. 애들 시상식 연습할거잖아. 가면 뭐해.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럼.."

"내가 알아서 할게. 아버지랑 정리할 것도 남았고."

"하... 한성이 그 녀석은 지금까지 뭘 믿고 너 같은 꼬맹이한테 다 맡긴 건지..."

"내가 뭐. 이제 성인인데."

"나이만 차면 다 어른인줄 아냐. 그리고 너, 그쪽 법으로 성인인거지 한국 법으로는 아직 1년 남았거든? 미성년자에 환자가 뭘 알아서 하냐. 에드안도 믿을 놈이 아니고 정말... 어휴."

"........."

"못 미덥긴 해도 보호자가 있다니까 이번엔 넘어가지만 휴대전화 챙기고 회사에서 연락하면 바로 받아. 있을 데 없으면 회사 게스트룸 빌려줄 테니까 거기 있던가 하고."


갑자기 잔소리를 늘어놓는 진성에게로 드디어 눈을 돌린 쿤은 뭐가 그리 답답한지 안 그래도 단정치 못한 머리를 벅벅 긁어 더 엉망으로 만드는 진성을 눈에 담았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도 혼자 비자며 숙소며 금융권 계좌에 계약까지 다 해결했는데 이제와서 저런 잔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에드안도 독립을 허락한 마당에 회사에선 뭐가 문제란 말인가?


"아무튼 알아 들었으면 됐다. 푹 쉬고. 다음에 보자."

"......저 아저씨는 또 왜 저러지."


진성이 이미 돌아나간 뒤였지만 들어선 좋지 못할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는 걸 끝으로 쿤은 다시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렸다. 평일 낮 시간대인데도 서울의 풍경은 복잡하고 바쁘다. 그만큼 소음도 심했고 간간히 자신의 이름도 들려왔다. 회사에서 시큐리티 팀을 파견했다지만 팬들 중 일부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병문안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방금 전까지는 의식불명의 환자였을지 몰라도 이제는 멀쩡한 일반인이니까 병원 사람들은 그가 빨리 떠나줬으면 하고 있을 터였다. 그들이 좋아하는 다른 연예인이 문병을 와 주는 것도 아닌데 기자에 팬이 몰려 업무만 방해하고 있으니. 역시 쿤에게는 한국도 오래 머물만한 곳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



V의 집에 의탁해 있는 기간이 길어질까봐 걱정하던 차에 에드안이 집을 보러 간다기에 흔쾌히 부동산까지 알아봐 주었던 아를렌은 단 하루만에 서울의 부동산 특강이라도 듣고 온 것 같은 에드안의 열변을 들어야했다. 청담은 값이 비싼 주제에 유럽에서와 같은 저택은 없고, 압구정엔 얼굴만 번지르르한 젊은이들이 너무 많으며, 서초는 아파트만 많고 동네 자체가 재미가 없다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인데, 너한테? 아예 당분간 한국에 살 거야?"

"어."

"뭐?"

"벌써 전세 계약도 했어. 너네 집 맞은 편. 내일 이사."

"그럼 다 끝난 얘기잖아. 잊어버려, 에디."

"안 끝났지! 이제 아게로가 살 집을 구해야 한단 말이야!!"

"하?"


밤이 숙소생활을 시작한 이래 한시적으로나마 V와 알콩달콩하게 신혼 때와 같은 생활을 즐기고 있던 아를렌에게 에드안은 분명 불청객이었다. 그가 온 뒤로 부부 간에 분위기 잡을 일은 눈 씻고 봐도 없다시피 했으니 근처에 산다 쳐도 집안에서 나가주기만 한다면 환영할 일인 것이다. 그건 분명한데...


"너, 부모 노릇에 생각보다 열심이다?"

"이렇게 얼굴도 보고 대외홍보도 하고 그러는 거지."

"...용케도 걔가 너랑 같이 다닐 생각을 했네."

"뭐, 반쪽짜리 성공이지. 사실은 잘 모르겠어. 나랑 있을 때보다 나아진 건지 어떤 건지."

"왜? 화해한 거 아니었어?"

"내가 붙잡지 않기로 했으니까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는 기분이야. 내가 신경 못 쓰는 동안 더 변했더라고. 안 좋은 쪽으로."

"에디..."

"그래서 나도 좀 확실하게 방법을 바꿔볼까 해."

 

 

 

 

 

 

 

 

 

 

 

 

 

 

 

 

 

 

 

에드안 캐붕 죄송합니다...
그래도 법의 테두리가 있는 현실패치 하면 일부 다처나 학대는 못하지 않을까요??(아무말
아무튼 저점을 찍었으니 다음부터는 살살 분위기 좀 띄워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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